소개
통영 아가씨를 사모해 통영 자체까지 좋아했던 시인 백석은 통영을 일컬어‘자다가도 일어나 바다에 가고 싶은’곳이라 했다.
시장 골목 사이로, 좌판을 벌인 상인들 뒤로 바다가 이웃처럼 앉아 있는 곳. 전혁림의 그림처럼 청마의 시처럼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란 통영이다.
통영에서 흔한 것이 바다지만, 바다 풍경의 진수를 보여 주는 곳은 미륵도 남쪽 해안이다. 이곳에 바다 위를 걷고 달리듯 파도와 함께 하는 길이 있다.
도남관광단지에서 산양읍 일운까지 연결된 바닷길이다. 자전거도로로 꾸며졌지만 걷기에도 최상이다.
'아름다운 해변 자전거 길'
길의 시작은 유람선터미널이 있는 도남관광단지지만 주로 금호리조트(주) 통영마리나를 기점으로 삼는다.
리조트 뒤쪽 바닷가로 나서면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
리조트 바로 앞에는 작은 섬이 하나 떠 있고 그 너머로 화도와 거제도가 선명히 보인다.
섬 사이로 배들이 지나가면 하얀 꼬리가 길게 달리는 모습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작은 섬으로 내려가 갯것들을 잡는 재미도 있다.
섬 앞에서 구비를 돌면 앞이 탁 트이면서 더 넓은 바다와 하늘이 나타난다.
편하게 우레탄으로 깔아놓은 주황색과 푸른색의 보도블럭 위를 천천히 걷노라면,
커플자전거를 타는 연인들, 마차처럼 아이들을 태우고 달리는 이색자전거, 온 가족이 나란히 달리는 자전거 행렬 들을 쉽게 본다.
이 길의 첫 번째 쉼터는 작은 해수욕장이다. 수륙해수욕장이라 이름 붙여진 아담한 해변과 모래사장. 마치 서울 한강고수부지 수영장처럼 작고 예쁘다.
그럼에도 여름에는 온갖 모양의 텐트와 물놀이기구들이 등장하는 이름난 곳이다.
해수욕장 뒤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펜션들이 단지를 이루고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체험장도 있다.
해수욕장을 지나면 오른쪽에 마파산이 있고 그 앞으로 바다 한가운데 부유데크가 떠 있다.
데크까지는 백여 미터의 긴 다리가 놓여있는데 무지개모양으로 지어진 구간도 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입구에는 통영등대 낚시공원이라 있고 낚시장비를 유료로 빌려준다.
바다 한가운데서 낚시를 해볼 수 있는 절묘한 곳이다. 데크에 서면 발아래로 찰랑이는 파도가 비릿한 내음과 함께 오감을 자극한다.
바다낚시를 별다른 채비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할 것이다.
또 데크에서는 양쪽으로 섬이 펼쳐지는데, 한쪽은 다리가 연결된 미륵도이고 반대편은 죽도, 그 뒤로 한산섬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낚시 공원을 지나치면 곧바로, 커다란 절벽아래 쉼터가 나온다.
절벽을 지나 반대편에서 보면 사람얼굴을 닮았다. 절벽을 돌아나가면 멀리로 미륵산 케이블카가 보이고 그 아래에 일운항이 펼쳐져 있다.
이 자전거도로의 종점이 되는 곳이다.
항구 쪽에서 눈을 돌려 바다 쪽을 보면 커다란 바위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다. 일명 삼칭이 바위다.
이 바위로 인해 길 이름조차 삼칭이 길이 되었다. 여기 사람들은 이 바위들을 삼칭이 복 바위라 부른다.
예부터 불려오던 이름은 남성의 성기를 얘기하는 O바위였는데, 어감이 좋지 않아 언제가 부터 복 바위로 부르게 되었다.
이 바위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옛날 옛적 사람조차 살지 않던 시절.
하늘의 선녀 3명이 옥황상제 몰래 이곳으로 내려와 놀다가곤 했다. 하루는 바다 용왕의 근위병 3명이 이곳을 지나다가 3명의 선녀를 보고 반해서 서로 사랑을 하게 되었다.
몇 날 며칠을 남몰래 만나서 사랑을 나누다가 그만 옥황상제에게 발각이 되어 벼락을 맞고 사랑을 나누던 상태로 뒤로 나자빠져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의 몸은 성기를 드러낸 채 돌이 되어 굳었는데, 그 모양이 지금의 삼칭이 바위라는 것이다.
동네어르신의 얘기를 첨언해 보면, 신기하게도 삼칭이 바위 맞은편에 있는 산자락에는 여성의 성기를 닮은 동굴이 세 개 있다고 한다.
그리고 건너편 일운항 방파제 쪽에서 보면 산 모양도 마치 여성의 누워있는 가슴과 흡사하단다.
그러나, 이 전설 외에 본래 이곳 일운항이 애초 미륵도의 유일한 항구였고 교통의 요충지이다 보니 관청 세 개가 나란히 있었다.
때문에 삼청으로 가는 길이라 해서 삼청이길로 불리다가 경상도 사투리에 융화되어 삼칭이길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아무려나 미륵도 동쪽해안을 도는 이 길은 마치 제주도의 어느 해변 길 인 양 풍광 좋고 재미있는 길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