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섬 사이를, 그리고 망망대해의 한복판을 얼마나 달렸을까.
넘실넘실 파도를 타고 넘는 뱃머리 앞으로 해무에 감싸인 대매물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섬의 모양새가 장군이 말에서 내려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하여 '마미馬尾도'라 불렸던 매물도.
경상도 발음으로 '마미'가 '매미'가 되었고 그렇게 와전된 이름은 결국 매물도가 되어버렸단다.
매물도의 해품길은 햇볕을 쬐고 있는 돌미역으로 가득한 당금항에서 시작해, 당금마을을 지나면서 곧 바로 '본론'으로 진입한다.
짭짤한 바닷바람에 파도처럼 출렁이는 초지가 펼쳐지고,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는 시퍼런 바다가 허연 포말을 일으키며 뒤척인다.
그렇게 시작된 해품길은 장군봉(210m)을 거쳐 대항마을에 이르기까지 바다를 바짝 끼고 이어진다.
장군봉에서 섬 서쪽 끄트머리인 꼬돌개까지 이어지는 길은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장관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당금마을과 대항마을을 연결하는 고갯길은 거친 바다를 벗하며 살아가는 어민들의 발로 다져진 길이다.
1810년 처음 매물도에 자리를 잡앗던 정착민들은 15년 만에 두 해에 걸친 흉년과 괴질로 모두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꼬돌개라는 지명도 '고꾸라지다'의 방언인 '꼬돌아지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지만 마을길 곳곳에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두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 주요지점01 - 매물도 소년의 꿈이 자라던 한산초 분교
당금마을 위쪽 언덕바지에 자리한 자그마한 학교로, 정식 명칭은 '한산초등학교 매물도 분교'이다.
1963년부터 2005년 폐교하기까지 43년 동안 당금마을과 대항마을 아이들의 꿈을 키워냈던 곳.
교육열이 남달랐던 섬사람들이 직접 세운 학교로 잘 알려져 있으며,
매년 정월 초사흘 이면 마을 어른들이 모여 교문 앞에 밥상을 올리며 아이들이 지혜롭게 자라나길 빌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발전소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해금강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

■ 주요지점02 - 절벽 위의 으뜸 전망대, 파고라 쉼터
매물도 최고봉인 장군봉 못지않은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뒤로는 지나온 당금마을이 아련하게 드러나고, 주위에는 동백나무와 억새로 가득한 초지가 펼쳐진다.
아슬아슬한 절벽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흑염소들과 만날 수도 있다.

■ 주요지점03 - 장군의 전설이 서려 있는 장군봉
매물도란 이름에 얽혀 있는 '말에서 내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군'에는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장군이 다시 말에 올라타는 날 매물도가 크게 흥한다는 전설이다.
하지만 멀리 마라도까지 내다보이는 이 절경을 뒤로 하고 장군이 다시 말에 오를는지는 의문.
장군봉 정상에는 전설 속의 장군과 말을 형상화한 조영철 작가의 '비상'이란 작품도 눈길을 끈다.

■ 주요지점04 - 고꾸라질 만큼 아름다운 풍경, 꼬돌개
꼬돌개라는 지명이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꼬돌개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꼬돌아질'만큼 아름답다.
동쪽 소매물도를 향해 조붓하게 뻗어나간 바위들이 외떨어진 섬의 정취를 더하고,
매물도에서 소매물도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곳도 바로 꼬돌개이다.
매물도에서 숙박을 한다면 이곳에서 꼭 일몰을 감상할 것!

■ 주요지점05 - 대항마을 수호신, 후박나무 당상목
대항마을 뒤쪽에 자리한 수령 300년의 후박나무이다.
장군봉과 함께 매물도를 돌보는 성물로 여겨 매년 초사흘마다 이곳에서 제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마을의 젊은이들이 군에 입대 하거나 멀리 외지로 나설 때는 꼭 이곳에서 무사안녕을 빌었을 만큼 주민들에게는 영험한 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