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매력을 보고, 즐기다.
통영의 매력을 보고, 즐기다.
작가의 혼이 깃든 문학비를 찾아서
통영인들에게 남망산은 하나의 신적인 존재이며 어머니처럼 그리운 산이다. 남망산은 통영항과 동호만을 가르며 길게 바다로 내민 해발 약 72m의 조그마한 산이다. 예로부터 송림이 울창하여 마치 강구에 떠 있는 섬처럼 산그늘을 드리우며 주변경관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산언덕에서 바라다 뵈는 해안 풍광 또한 절경이다.
청마 유치환, 초정 김상옥, 대여 김춘수 등 국보급 시인들이 뻔질나게 오르내리며 작품을 구상했던 곳이다. 풍경화를 잘 그리지 않던 이중섭이 통영으로 피난 와 아름다운 남망산을 소재로 풍경화를 그렸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통영의 문학비를 소개하면서 남망산을 침이 마르도록 치켜세우는 것은 통영문학을 낳은 모태와도 같은 특별한 곳이기도 하거니와 이곳에 국보급 시인의 시비가 있기 때문이다.
잘 아시다시피 통영은 눈길 주는데 마다 임란 유적지 아닌 곳이 없으며 발 길 닿는 곳이 모두 작품의 무대다. 이곳저곳 가는 곳 마다 작가들의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동상과 시비를 비롯하여 벽화, 아트타일 등이 문화예술의 도시임을 증명하고 있다. 낭만산공원, 시내, 그 외 지역 등으로 나누어 문학비를 소개하고자 한다.
<콘텐츠 제공 : 수필가 김순철>
이곳 깃발 시비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1592년 그 청사에 빛나는 한산대첩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일제 강점기 경찰서장의 관사가 있었던 곳을 1997년 남망산야외조각공원 조성 시 통영시가 보상 후 철거하고 조각공원으로 조성하였다. 약간 아래쪽에 겨울이면 핏빛 꽃을 피우는 동백꽃과 아름드리 해송을 배경으로 초정의 대표 시 가 시비로 서있다. 최근 갈림길에 새운 표지판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 하시리 양지에 마주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
이곳 깃발 시비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1592년 그 청사에 빛나는 한산대첩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일제 강점기 경찰서장의 관사가 있었던 곳을 1997년 남망산야외조각공원 조성 시 통영시가 보상 후 철거하고 조각공원으로 조성하였다. 약간 아래쪽에 겨울이면 핏빛 꽃을 피우는 동백꽃과 아름드리 해송을 배경으로 초정의 대표 시 <봉선화>가 시비로 서있다. 최근 갈림길에 새운 표지판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 하시리
양지에 마주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누나
이 시조에 등장하는 시어들 자체가 단순 소박한 것들이다. 비, 장독간, 봉선화, 누님, 편지, 고향집, 손톱, 꽃물, 양지, 실, 하얀 손, 힘줄 등 모두 우리의 전통적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질박한 소재들뿐이다.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서정의 품격을 갖춘 초정의 대표 시이다.
초정이 1936년 독서회사건으로 통영경찰서에 첫 번째로 투옥됐다가 출감하게 된다. 통영경찰서 미결감에 면회를 와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간 누님(초정은 넷째 김부금 누님의 피부색이 검다고 ‘깜둥이 누님’이라 불렀다)이 불러서 누님이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이 옥살이를 했던 것이 안쓰러워 불렀던 것이다.
누님은 머나먼 함경북도 청진에서도 기차를 갈아타고 나진과 웅기(지금의 선봉)를 거쳐 두만강 구역에서 내려 걸어서 최북단 두만강변의 변씨(邊氏) 집성촌에 시집을 가서 살고 있었다.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가 만나는 이곳은 북녘 땅에서도 오지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열일곱 살의 초정은 그곳 사람들에게 먼 이방에서 온 사람들로 비쳤을 것이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지독한 추위와 말씨도 다르고 음식도 다른 그곳에서 초정은 고향 통영의 따스한 날씨며 고향 사람들의 정겨운 말씨와 바닷가 고향 음식이 무척이나 그리웠고 향수병에라도 걸렸을 것이다. ‘봉선화’는 이런 연유로 세상에 탄생했다.
이 시비는 경상남도의 지원을 받아 통영시에서 세웠다. 2007. 3. 29. 시비 제막식에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을 비롯한 김남조, 이근배, 허영자, 김성우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거의 다 참석했다. 통영 생기고 가장 많은 문인들이 통영을 찾은 날로 기록되었다.
초정 김상옥은 1920년 통영에서 태어나 1938년《문장》에 <봉선화>, <백자부>를 통해 등단하였다. 1941년‘동아일보’에 <낙엽>으로 당선되었고 1996년 1월 시 동인지 《맥》을 재 창간하였다. 시조집으로 《초적》 《고원의 곡》 《목석의 노래》《봉선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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