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상옥의 이름이 깃든 통영 초정거리
초정거리는 우리나라 시조문학계의 대표 시인이자 통영 출신인 김상옥의 호를 따서 이름 붙여진 거리입니다. 통영에서는 이곳을 오래전부터 '오행당 골목'이라 불러 왔는데, 과거 이 골목에 있었던 ‘오행당 한의원’에서 비롯된 명칭입니다. 통영시는 2007년 12월 4일, 김상옥이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랐던 이 골목길을 공식적으로 '초정거리'로 명명하였습니다.
이 골목은 단순한 주거지 골목이 아닌,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까지 통영의 중심 번화가로 기능해 온 거리입니다. 1920년대에는 선창가였으며, 약 20여 개의 갓 점방이 줄지어 있었고, 사람과 돈이 오가며 번성하던 거리였습니다. 한때 통영 최고의 상권이었던 이곳은 도시 개발과 인구 분산으로 지금은 한가한 분위기를 띠고 있지만, 서울의 명동, 부산의 광복동, 광주의 충장로에 비견되는 통영의 상징적 공간이었습니다.
초정 김상옥은 이 거리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학교에서 자주 쫓겨나기도 했으며, 동시대 김춘수나 김용익이 유학을 떠났을 때 그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생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 그가 훗날 시조문학계의 큰 산맥으로 성장하였기에, 초정거리에는 그의 유년의 아픔과 시혼이 깃든 장소로서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초정거리로 지정된 구간은 항남동 오행당 골목 입구의 명성레코드에서 보경유리상회까지 약 180m이며, 양쪽 입구에는 돌과 주물로 만든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거리 바닥에는 김상옥의 시와 그림을 옮긴 동판 아트타일이 깔려 있으며, 초입에는 대표작 <봉선화>의 시비와 벽화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명성레코드, 오행당, 희락장, 동진여인숙, 충무도서 등 오랜 상점 간판들도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