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전설이 흐르는 통영의 우물, 명정(정당샘)
통영은 우물 하나에도 이야기가 깃든 도시입니다. 시인 백석이 사랑한 여인 ‘난’을 찾아 통영을 방문했을 때 들른 곳이 충렬사와 명정샘입니다. 백석은 충렬사 계단에 앉아 「통영」이라는 시를 남겼으며, 그 시에서는 정당샘을 ‘명정샘’이라 표기하였습니다.
소설가 박경리 역시 작품 속에 명정을 자주 등장시켰습니다. 『토지』 제5부 1권에서는 등장인물 영선이 명정리 빨래터로 향하는 장면이 묘사되며, 일상과 연결된 장소로서의 명정이 소개됩니다. 이처럼 명정은 통영 지역 문학과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공간입니다.
정당샘은 통영사람들에게 신성한 우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조선 제51대 통제사 김경이 1670년경 우물을 팠다고 전해지며, 초기에 단일 우물을 팠을 때는 물이 탁하고 마르기 쉬웠지만, 두 개의 우물을 동시에 파자 맑은 물이 풍부히 솟았다고 합니다. 윗우물은 일정(日井), 아랫우물은 월정(月井)이라 불렀고, 일정은 충렬사 전용, 월정은 민가용으로 사용되었으며, 두 우물을 통칭하여 명정(明井)이라 하였습니다.
우물 위로 상여나 시신이 지나가면 물이 흐려졌다는 전설이 있어, 이를 금기시하였고, 두 우물을 하나로 합쳤을 때 물이 붉게 변하고 전염병이 돌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후 다시 두 개의 우물로 복원되었으며, 햇빛을 받아야 물이 흐려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재까지도 우물 위에 지붕을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명정은 ‘밝은 우물’이란 뜻이며, 충렬사 아래에 위치한 점과 충렬사를 ‘정당(正堂)’이라 불렀던 점에서 이 우물을 ‘정당샘’ 또는 ‘정당새미’라고도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