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의 거장이 잠든 곳, 박경리 묘소
2008년 5월 5일, 한국문학의 큰 별 박경리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엔 그녀가 담배를 손에 든 채 사색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선생이 남긴 문학적 유산은 단지 방대한 양의 작품뿐 아니라, 한 인간이 시대를 통과하며 삶과 문학을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서사 그 자체입니다. 선생의 묘소는 통영 땅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으며, 이곳을 찾는 이들은 고요한 숲길과 사색의 공간 속에서 문학과 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마주하게 됩니다.
박경리 선생은 『토지』라는 대하소설을 통해 한국문학에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이 작품은 단지 소설이 아니라, 격동의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며 민족의 아픔과 인간의 삶을 그려낸 삶의 연대기이자 문학의 기록입니다. 선생은 한 인터뷰에서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고 말한 바 있으며, 말년의 시 「옛날의 그 집」에서도 그러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묘소를 찾는 이들은 문학보다 더 깊은 삶의 체취를 느낄 수 있으며, 선생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사유의 무게를 고요히 되새기게 됩니다.
통영은 박경리 선생의 말년이 머물던 도시이자, 그녀의 문학적 완성이 이루어진 장소입니다. 그녀의 묘소는 통영시 산양읍의 조용한 야산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지나친 장식이나 허례없이, 문학인다운 절제 속에 자연과 하나 되어 있습니다. 인근에는 박경리기념관이 있어 선생의 작품 세계와 생애, 육필 원고 등을 함께 만날 수 있어,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뜻 깊은 방문지가 됩니다. 통영이라는 도시의 예술적 깊이와 사유의 밀도를 이끄는 상징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