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통영과 고난의 기억이 깃든 시인의 생가
김춘수 시인은 통영의 여황산 자락에 위치한 초등학교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여황산은 그가 자주 오르내리던 공간으로, 붉은 벽돌집과 샛노란 죽도화가 피던 풍경은 이후 그의 시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우지에 실린 글로 문재를 인정받았고, 시를 쓰기 전부터 자연과 고향에 대한 관찰과 애정이 문학적 토양으로 자리 잡았음을 그는 직접 밝히고 있습니다.
김춘수는 일본 유학 시절 노동 현장에서 한국인 고학생들과 어울리며 시국 이야기를 나눈 것이 빌미가 되어 요코하마 헌병대에 연행되어 보름간 수감 생활을 겪습니다. 그는 고문과 추위 속에서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시인하게 된 경험을 수치로 여기며, 이 시기를 ‘씻기 어려운 모욕’으로 회고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인은 현실의 억압과 내면의 고통을 날 것 그대로 마주했던 젊은 시절을 직접 증언하고 있습니다.
김춘수는 고향 통영과 여황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문학적 자양분으로 회상합니다. 자연스럽게 고향과 가족을 사랑하라는 스승의 말, 어린 시절 보았던 풍경은 『왜 나는 시인인가』라는 에세이 속에 구체적인 기억으로 되살아납니다. 고향은 그에게 단순한 출생지가 아니라 문학의 시작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