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통영 하루
제대로 쉬어 보겠다고 마음먹은 주인공은 디피랑 주차장에서 배낭을 고쳐 멘 뒤 천천히 길을 나섭니다. 낮에는 잔잔한 숲길과 골목이 이어지고, 밤이 되면 빛의 정원이 펼쳐지는 디피랑의 분위기를 등 뒤에 두고 시내 방향으로 내려오면 걷기 좋은 완만한 경사와 교차로가 이어집니다. 이 구간은 통영의 일상을 훑어보며 몸을 푸는 예열 코스로, 작은 카페와 생활 소품점, 바다 냄새가 스미는 골목이 적당한 간격으로 등장해 페이스를 가다듬기에 좋습니다. 초반에는 속도를 내기보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발걸음의 리듬을 찾는 것이 핵심이고, 중간중간 벤치나 그늘을 만나면 물 한 모금과 함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 줍니다. 지도 앱으로 중앙전통시장까지 대략적인 거리를 파악해 두면 동선의 체감이 한결 편안해지고, 점심 혹은 이른 저녁에 시장을 목표로 삼으면 자연스레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첫 번째 목적지, ‘먹는 즐거움’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갑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해산물과 건어물, 제철 채소와 과일, 반찬가게가 이어지며 통영의 ‘식탁 풍경’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주인공은 먼저 한 바퀴를 크게 돌며 가격과 구성, 손님 흐름을 눈여겨봅니다. 골목마다 특화 품목이 있어 코스를 나눠 둘러보면 효율적이며, 회 센터 구역에서는 생선의 선도와 손질 방식, 1인분 가능 여부를 확인해두면 주문이 수월해집니다. 수산 코너를 지나면 충무김밥과 유부주머니, 생선튀김과 어묵, 꽈배기와 강정 같은 간식 라인이 이어져 남녀노소 취향을 채워 줍니다. 시장 투어의 묘미는 ‘구경—시식—구매’의 리듬을 타되 과식하지 않는 균형으로, 눈에 띄는 가게의 추천 메뉴를 소량으로 맛본 뒤 마음에 드는 곳에 다시 돌아오는 전략이 시간을 절약합니다. 포장 문화가 잘 되어 있어 강구안으로 이동해 바다를 보며 먹기에도 좋고, 장을 보러 온 지역민의 생활 속도에 자연스레 섞이면 여행자는 손님이자 관찰자가 되어 시장의 호흡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시장 중심 동선에서는 충무김밥과 오징어무침, 무나물의 삼박자가 고소한 김 향과 만나 단정한 한 끼를 이룹니다. 통영 굴이 제철일 때는 굴튀김과 굴전, 굴국밥 같은 메뉴가 속을 따뜻하게 데워 주며, 봄철에는 멍게와 도다리쑥국이 산뜻한 감칠맛으로 입맛을 깨웁니다. 회를 선택했다면 간장과 초장, 와사비의 비율을 본인 취향에 맞춰 조절하고 김과 채소, 미역국을 곁들이면 간단하지만 만족스러운 조합이 됩니다. 디저트로는 시장표 꽈배기나 강정, 통영 꽈배기와 어울리는 전통차를 추천하며, 커피를 즐긴다면 시장 끝자락의 로스터리에서 드립 한 잔으로 마무리해도 좋습니다. 가격표와 중량을 명확히 확인하고 현금과 카드 결제 가능 여부를 미리 묻는 센스는 불필요한 대화를 줄이고, 일행과 메뉴를 나눠 맛보면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먹고’의 챕터를 채워 넣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몸의 피로가 풀리고 표정이 느슨해지며, 다음 장면인 ‘기도하고’의 마음가짐을 자연스레 맞이합니다.
시장 밖으로 나오면 강구안까지는 몇 걸음이면 닿는 거리입니다. 낮에는 유람선과 어선, 해가 기울 무렵에는 불빛이 물결에 번지는 장면이 통영을 대표하는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주인공은 난간에 기대 바람의 방향과 염도를 느끼며 오늘의 장면을 마음속에 저장합니다. ‘기도하고’는 꼭 종교적 의미가 아니어도 됩니다. 잠시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을 세며 생각의 속도를 낮추는 시간, 고마웠던 일과 놓아도 될 일을 마음속으로 정리하는 루틴이 바다의 리듬과 겹칩니다. 강구안 산책로는 벤치마다 작은 이야기들이 머물다 가는 플랫폼이 되어 주고, 길 위의 공연과 버스킹, 어딘가에서 스치는 파도소리가 여행자의 감각을 촉촉이 적십니다. ‘사랑하라’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옆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오늘 나에게 허락하는 짧은 칭찬, 내일을 위한 가벼운 다짐일 수 있습니다. 해가 바다로 내려앉을 때, 시장에서 포장해온 간식과 함께 작은 피크닉을 즐기면 통영 하루의 그림이 완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