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역사가 어우러진 서피랑의 누각, 서포루
서포루는 과거 통영성(統營城)의 서쪽에 위치한 서피랑에 있던 포루로, 통영의 지형적 특성을 반영한 이름입니다. ‘서피랑’은 가파른 벼랑이 서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명칭으로, 여황산 능선이 바다로 흘러내리다 솟아오른 언덕 지형을 뜻합니다. 이곳에 있었던 서포루는 일제강점기 때 철거되었으나, 이후 문화와 역사를 담은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누각 1동(18㎡)과 성곽 53m가 복원되었습니다.
서포루가 있는 서피랑은 충렬사, 명정샘, 서문고개, 간창골, 세병관, 선창 일대를 아우르는 중심 공간입니다. 이 지역은 박경리의 소설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의 주요 무대이자 중심축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토지』 제5부에서는 통영항의 밤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이 인상 깊게 그려집니다. 지리산 산골에서 자란 인물 ‘몽치’가 통영항의 불빛과 활기를 처음 마주한 장면은, 정적인 산골과 대비되는 항구 도시 통영의 생동감을 보여줍니다.
소설 속에는 홍등가도 등장하는데, 이는 항구 도시 통영의 당시 모습을 반영한 공간입니다. 서피랑 부근에는 ‘야마골’이라 불리던 홍등가가 있었다고 전해지며, 지금은 사라진 옛 장소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항구와 맞닿은 도시에서 흔히 존재했던 공간 중 하나로, 통영의 과거 일상과 사회 환경을 보여주는 지역사적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서피랑 일대는 시인 백석이 사랑하던 여인 ‘난’(박경련)을 찾아 부지런히 오가던 길이기도 합니다. 백석은 충렬사 계단에 앉아 시를 쓰며 사랑의 열병을 앓았고, 서문고개, 명정샘, 변전소 등이 있던 그 길은 시적 창작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서포루와 그 주변은 단순한 역사 유적을 넘어, 시와 소설이 숨 쉬는 문학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