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봉선화」가 태어난 곳, 초정 김상옥의 통영
초정 김상옥은 1920년 음력 5월 3일, 경남 통영시 항남동 64번지에서 태어났습니다. 여섯 누이와 외아들로 자란 그는, 가족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태어난 환경은 그를 ‘왕’처럼 만들었고, 그의 외고집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은 이러한 조건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난이 그를 단련시켰으며, 초정은 이를 두고 “가난이 곧 학교”였다고 표현했습니다.
초정은 통영경찰서에 구금되었다가 출감한 뒤, 면회를 왔던 누님의 부름을 받아 함경북도 청진 인근으로 가게 됩니다. 처음 접한 추위와 낯선 말씨, 음식 속에서 그는 고향의 따뜻한 날씨와 사람들, 바닷가 음식을 그리워했고, 향수병에라도 걸렸을 것이라 말합니다. 시 「봉선화」는 그러한 감정과 기억 속에서 쓰이게 되었고, 『문장』 제3호(1939년 10월)에 실리며 초정의 등단작이 되었습니다.
초정의 시 「봉선화」는 현재 남망산조각공원 상층부에 시비로 세워져 있습니다. 장독간, 봉선화, 꽃물 들인 손톱 등 소박한 시어들 속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시비 앞을 지나는 이들이 쉽게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줍니다.
초정을 돌봐주던 누님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초정은 그 임종을 지켜보며 「누님의 죽음」이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새도록 눈을 쓸어도 감지 않고 가드이다’라는 구절에는 누님에 대한 슬픔과 상실감이 절절히 담겨 있습니다.
초정의 시는 단 한 편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국문학자 가람 이병기는 「봉선화」를 두고 ‘타고난 시인이 아니고는 표현할 수 없다’고 했고, 미당 서정주는 ‘귀신도 곡할 만큼’ 슬픔이 담긴 시라며 초정의 감수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