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업으로 완성되는 통영 전통 장석의 세계
장석은 목가구의 금속 장식품으로, 구리와 아연을 합금한 황동 재질의 두석을 사용해 만들어집니다. 장석은 가구의 모서리나 연결 부위에 부착되어 장식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통 금속 공예의 한 형태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이지만, 그 아름다움과 정교함은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전통시대에는 이를 제작하던 장인을 두석장이라 불렀으며, 통영은 이러한 두석장이 활동하던 중심지였습니다. 장석은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나비·태극·박쥐·학·봉황 등의 다채로운 문양이 특징입니다. 2천여 종에 달하는 장석들은 작지만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전통 가구의 품격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1604년 조선 수군의 본부인 삼도수군통제영이 통영의 두룡포로 옮겨오면서, 군수품과 공예품 생산을 위한 12공방이 설치되었습니다. 이 중 ‘두석방’에서는 가구 장식에 쓰이는 장석과 자물쇠를 주로 제작했으며, 이 작업을 담당하던 장인을 두석장이라 했습니다. 두석장은 금속을 다루는 장인으로 목공예 장인인 ‘나무쟁이’와 함께 가구 제작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장석은 가구의 용도나 나무의 종류에 따라 재질과 형태가 달라졌고, 단순한 부속품을 넘어서 가구의 미학을 완성시키는 중심이었습니다.
통영의 명정동에는 3대째 장석장을 이어온 김덕룡의 가문이 있습니다. 김덕룡은 1916년 출생해 평생 장석 제작에 헌신했고, 1996년 81세의 나이로 별세하기 전까지 한국 전통 금속 공예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뒤를 이은 아들 김극천은 2000년 중요무형문화재 제64호 장석장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김극천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부친의 일을 도우며 자연스레 기술을 익혔고,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가업에 전념했습니다. 그는 “배운 재주를 썩히지 말라”는 부친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장인의 정신과 기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석은 단순한 금속 장식품을 넘어 예술로 평가받습니다. 장석에 새겨진 문양은 복을 상징하는 학, 다산을 뜻하는 물고기,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 품격을 상징하는 봉황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물쇠와 경첩조차도 실용성과 함께 미적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통영에서 제작되는 ‘나비장석’은 대표적인 명물로 평가받습니다. 장석 공예는 기술(craft)과 예술(art)의 조화를 이루며, 그 전통성과 조형미는 오늘날에도 높은 가치를 지닙니다. 장석장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로서의 소명을 갖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한국 전통미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