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이어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통영 장석 공예
명정골에 위치한 두석장 김덕룡의 집은 통영의 전통 금속 장식 기술인 장석, 즉 ‘두석’의 맥을 잇는 공간입니다. ‘두석’은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놋쇠(황동)로 만든 장식품을 말하며, 이를 가구에 부착하는 장인이 바로 ‘두석장’ 또는 ‘장석장’입니다. 김덕룡은 통제영 12공방 중 하나인 두석공방에서 장석을 제작했던 가문의 후손으로, 통영 장석의 3대 장인입니다.
1604년 조선의 삼도수군 통제영이 통영에 자리 잡은 이후, 군수물자 조달을 위한 12공방이 설치되었습니다. 이 중 두석방은 가구의 금속 장식과 자물쇠를 제작하던 공방으로, 김덕룡 가문은 증조부 때부터 이 전통을 이어왔습니다. 김덕룡은 1916년생으로, 젊은 시절부터 장석 제작에 종사했으며 1996년 81세로 타계했습니다. 그의 아들 김극천은 군 제대 이후 1975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수를 받았으며, 2000년 중요무형문화재 제64호 장석장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었습니다.
김극천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잔심부름을 하며 자연스럽게 기술을 익혔다고 합니다. 그는 “천천히 야무지게 만들어라”는 부친의 가르침을 늘 마음에 새기며 장인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통영에는 “나무쟁이(소목장), 쇄쟁이(金屬匠)한테는 쑥 날 여가가 없다”는 속담이 전해지듯, 금속 장식 장인은 숙련된 기술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고된 일이었습니다. 김덕룡 역시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가업을 지키며 장석을 만들어냈습니다.
장석은 가구의 부속품이지만 전체 디자인과 조형미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로, 장석 하나하나에 전통적 상징과 정교한 금속공예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나비, 태극, 박쥐, 학, 물고기, 십장생, 봉황 등 다양한 문양이 있으며, 자물쇠와 경첩 또한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춰야 했습니다. 장석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그 종류는 2~3천 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나비장석’은 통영을 대표하는 명물로 평가받습니다.
장석 공예는 단순한 금속 세공을 넘어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전통문화입니다. 금속의 물성을 이해하고 가구와의 조화를 고려해야 하며, 문양과 리듬을 구현하는 미적 감각이 요구됩니다. 장석장은 기술자이자 예술가로, 전통 가구의 기능성과 미를 동시에 완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명정골 두석장집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기술과 장인의 철학이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