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냄새와 그리움이 서린 백석의 시비
청마거리를 지나 간창골 통영문화원 방향으로 오르다 보면 서문고개에 다다릅니다. 이곳은 과거 통제영 시절 통영성을 드나들던 사대문 중 하나인 ‘서문’이 있었던 역사적인 고개입니다. 고개를 넘자마자 만나는 통영충렬사와 정당샘 건너편 작은 터, 그곳에 백석 시인의 시 ‘통영’을 새긴 시비가 자랑스럽게 서 있습니다. 시인의 체취가 서린 듯한 자리, 사랑을 잃은 이의 마음을 담은 시 한 편이 통영의 한켠을 지키고 있습니다.
백석의 시 「통영」은 마산 선창에서 시작된 여정과 함께 통영의 포구, 해산물, 사람들, 그리고 정취 가득한 골목과 거리의 풍경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로 이어지는 구절은 통영이라는 공간이 지닌 풍요와 삶의 숨결을 오감으로 그려내며, 단순한 여행기 이상의 내면적 정서와 서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시인은 통영의 골목에서,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골목을 배회하듯 시를 썼고, 그 절절한 그리움이 시비 속에 녹아 있습니다.
백석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조선일보 기자를 지냈으며, 시집 『사슴』으로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으로 평가받습니다. 통영 출신이 아님에도 이곳에 그의 시비가 최초로 세워졌다는 점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통영을 사랑했던 시인을 기억하고, 시 한 편의 진심에 응답한 지역민들의 의리 있는 선택이었으며, 문학적 예우이기도 합니다. 통영은 그렇게 한 시인의 시와 마음을 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