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숲속 연못에 깃든 시인의 숨결
통영 산양읍의 통영산양스포츠파크 인근 야솟골 마을. 조그만 다리를 지나 오른편에 펼쳐지는 느티나무 숲은 방풍림으로 조성된 아름다운 자연 공간입니다. 그 숲 앞 연못 한가운데에는 고요한 풍경 속에 조용히 서 있는 하나의 시비가 있습니다. 바로 통영 출신 시인 서우승의 시 ‘물소리’를 새긴 시비입니다. 일부러 찾아 나서기보다는, 우연히 산책길에서 만나는 듯한 이 시비는 누구에게나 잔잔한 울림을 전해줍니다.
시 ‘물소리’는 시간과 인생, 그리고 회귀의 의미를 감성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까마득한 옛 이야기 속 더듬듯… 문득 왁자그레 물소리 나서…”로 이어지는 시의 구절은, 마치 안개 낀 새벽길을 걷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 속에 인생의 길을 묵묵히 따라가게 합니다. 느티나무 그림자 아래, 조용히 흐르는 연못 위로 반사된 시비는 자연과 시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서우승 시인은 1946년 이곳 야솟골마을에서 태어나,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카메라 탐방’으로 등단하며 문단에 입문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연작 시조집 《카메라 탐방》이 있으며, 1주기를 맞아 지역 모임 ‘설엽을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성금을 모아 시비를 세웠습니다. “시인이 돌아가면 생가 복원을 책임지겠다”는 한 지인의 농담이 씨가 되어, 기념사업의 첫 걸음으로 이 시비가 건립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이야기로 회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