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찌는 술을 시키면 해산물 한상이 따라 나오는 통영의 독특한 술 문화이다. 인원수만 말하면 주인이 알아서 상을 차린다. 제철 회와 해산물, 생선구이와 탕이 코스처럼 차례로 오른다. 메뉴판은 따로 없다. 계절이 곧 메뉴인 셈이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일본 선술집 문화인 '다치노미'에서 왔다는 설이 있고, 먹을 것이 "다 있지"라는 말에서 비롯됐다는 재치 있는 해석도 있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다찌가 통영 바다와 술 문화가 만나 빚어낸 이 지역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라는 점이다.
다찌는 마산 통술, 진주 실비와 함께 경남을 대표하는 술상 문화로 꼽힌다. 세 곳 모두 술을 주문하면 주인의 손맛을 담은 제철 안주가 한 상 가득 따라 나온다.
각기 다른 매력도 지니고 있다. 마산 통술은 한 상 가득 한 푸짐함이, 진주 실비는 부담 없는 가격에 누리는 실속이 돋보인다. 그중 통영 다찌는 제철 해산물이 술자리의 리듬을 타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흐름이 가장 큰 매력이다.

다찌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할 일이 별로 없다. 인원수를 말하고 상의 종류를 고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안주는 주인이 그날의 신선한 재료에 맞춰 알아서 차려낸다.
상차림 구성 : 보통 기본상·큰상·특상으로 나뉜다. 기본 상은 1인 4~6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제철 회를 시작으로 멍게·해삼·전복·소라·문어같은 모둠 해산물과 생선구이·찜·탕이 차례로 오른다.
운영 방식 : 술을 추가할 때마다 새 안주가 올라오는 집이 있고, 첫 상에 한꺼번에 차려내는 집도 있다. 술을 즐기는 편이라면 전자가, 음식이 목적이라면 후자가 적합하다.

주의사항 : 포함된 주류와 추가 요금은 업소마다 다르니 주문 전에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가볍게 경험하고 싶다면 '반다찌'도 좋은 선택이다. 1인 2~3만 원 선으로, 안주 가짓수는 줄이되 다찌의 맛은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점심 특선이나 술 없는 다찌를 운영하는 곳도 있어 비음주자나 가족 단위 방문객도 통영식 상차림을 즐길 수 있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인기 업소에 대기가 생기므로 전화 예약이 안전하다.

다찌에는 정해진 메뉴가 없다. 그날 통영 앞바다가 허락한 재료들이 주인의 손맛을 거쳐 상 위로 오른다. "미각의 절반은 기억이 완성한다"는 말이 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 지기 마련이다. 다찌 한 상이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얼음통 속의 시원한 술병, 골목에 배인 바다 냄새, 그리고 주인이 그날의 바다로 차려낸 상. 다찌 한 상은 통영을 가장 기분 좋게 기억하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