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12공방의 영화는 사라졌다.

조선 명품이던 12공방은 21세기를 맞은 오늘날 400년 전의 전설로 남아 있을 따름이다. 이런 현실에서 2008년, 통영 12공방의 명성을 오늘날 되살려내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무모한 도전인지도 모른다. 통영 외의 지방에서 전통 공예의 고장 통영의 명성을 아는 사람은 거의 남지 않았고, 도시 안에서도 수많은 장인들이 생계에 밀려 뿔뿔이 흩어지거나 전업을 해버리고 몇몇 사람만이 남아 힘겹게 작업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날마다 더욱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각 분야의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전통은 그저 양념일 뿐인 경우가 많다.

전통이 그저 과거의 영광에 대한 전설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 통영시에서는 12공방이라는 전통의 공예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히고자 했다. 조선의 명품 브랜드이던 12공방을 새로운 현대 명품 브랜드로 만들어내어야 하는 상황에서 통영시가 파트너로 선택한것은 디자인하우스였다.

디자인하우스는 통영의 12공방을 브랜드로 만들어 2009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와 이탈리아 밀란 가구 페어에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일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디자인하우스는 두 사람의 디자이너에게 손을 내밀었다. 국내 대표적인 브랜드 네이미스트로 꼽히는 크로스포인트의 손혜원 대표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김욱선 아공디자인 대표였다. 이들이 통영 12공방을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나서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통과 장인에 대한 존경은 '크래프트 12'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두 사람의 디자이너가 갖추고 있던 소양이었으며, 평소 그 애정을 본인들의 작품에 살려내는 특기를 발휘해온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전통 안에서 진화하다 -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

"통영시 로고 작업부터 이번 크래프트 12 프로젝트 BI 작업까지 통영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통영 12공방의 옛 물건들을 보면서 지금 시대에 전통의 의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제가 그동안 모아온 자개 컬렉션을 바탕으로 전시회를 열었는데 전시 주제를 '빛나는 전통 안에서 진화하는 한국 나전-Constancy and Change'이라고 잡았습니다. 흔히 '전통'을 '트래디션tradition'이라 번역하고 '체인지change'는 '변화'라고 번역하는데, 꼭 그래야 할까요? 그저 옛날 것이라고해서 전통이 아니라 '컨스턴시constancy' 즉 지속되어야 할 것, 지속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바로 전통입니다. 지켜나가야 할 전통, 그러니까 '빛나는' 전통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체인지' 역시 단순한 변화가 아닙니다. 변화는 그저 바뀌는 것이지만, 전통과 관련되어 생각한다면 '진화'가 더 맞습니다. 진화의 반대말은 퇴화이고, 변화의 반대말은 불변임을 상기한다면 '전통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명'이라는 믿음이 이 주제어에 담겨 있는 것이지요."

  • 손혜원 대표가 작업한 통영시 로고

    ▲ 손혜원 대표가 작업한 통영시 로고

  • 크래프트 12 BI(1)

    ▲ 크래프트 12 BI(1)

  • 크래프트 12 BI(2)

    ▲ 크래프트 12 BI(2)

통영시 로고, 크래프트 12의 BI 이미지

손혜원 대표가 작업한 통영시 로고는 다도해의 섬과 통영이라는 한글, 바다의 푸른 빛을 형상화했고, 크래프트 12의 BI는 통영 바다의 물결과 섬을 표현하면서, 자개의 일렁이는 빛깔을 아름답게 살려냈다. 그 중심에는 12공방이 있다.


디자이너와 장인, 그 관계에 대한 책임 - 김욱선 아공디자인연구소 대표

"한국 전통 공예 산업은 솔직히 말하면 말기 암 환자의 상태입니다. 현대의 디자이너들은 전통 공예를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통영에서도 전통 공예 관련 시설은 요트장이나 유흥 시설에 밀리고 있습니다. 돈이 되는 사업으로 바뀌어가는 것이죠. 장인 분들을 만나면서 처음엔 마음도 많이 상했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분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이너란 현 시대에 태어난 장인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일을 할 때는 일에 전념하면서 다른 것들은 돌아보지 않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고집을 이해할수 있었어요. 장인들이 현대에 태어났다면 디자이너가 되었을 것이고, 디자이너들이 과거에 태어났다면 장인이 되었겠지요. 처음엔 막연히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 시작했지만 전통 공예의 현실을 알고 통영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리고 장인들의 속내를 알아갈수록, 이 프로젝트가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크래프트 12 부스 내부의 다실 공간 (2009 서울 리빙디자인페어 김욱선 대표)

    ▲ 크래프트 12 부스 내부의 다실 공간 (2009 서울 리빙디자인페어 김욱선 대표)

  • 크래프트 12 프로젝트 가구 시안 일부 (2009 서울 리빙디자인페어 김욱선 대표)

    ▲ 크래프트 12 프로젝트 가구 시안 일부 (2009 서울 리빙디자인페어 김욱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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