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 있는 호사, 조선 명품 되살리기 프로젝트
'통영 12공방'에서 '크래프트 12 Craft 12'로

통영은 공예와 예술의 도시입니다. 박경리, 윤이상, 유치환, 김춘수, 전혁림... 이 도시를 고향으로 두고 있는 예술가들의 이름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지요.

400여 년 전, 조선과 일본이 전쟁을 했던 때부터 이 도시엔 빼어난 솜씨를 갖춘 장인들이 모였습니다. 그 장인들의 본거지가 12공방이었고, 12공방에서 만들어진 공예품들은 그대로 조선 전역에서 꼽히는 명품이었습니다. 멋을 아는 남성들이라면 통영 갓을 구하고자 돈을 아끼지 않았고, 살림 호사를 아는 규중 여인들은 통영 자개를 소망했습니다.

그뿐인가요. 통영 소목이 만든 가구들은 선비들이 계를 해서 마련할 정도의 인지도가 있었고, 통영 부채와 통영 소반 역시 격조 있는 집에선 다들 갖추고 싶어 하는 물품이었습니다. 통영이라는 도시는 그 이름 자체로 브랜드였던 셈입니다.

통영 12공방의 전통은 우리가 잊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입니다. 더구나 통영에는 평생토록 한 길을 걸어온 여러 전통 공예장인들이 있습니다. 조선 때부터 내려오는 12공방의 후예들인 셈입니다.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남쪽 바닷가 작은 도시에 이렇게 많은 무형문화재와 명장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은 사실 조금 놀랄 만한 일이지요.


조선 명품이던 12공방의 전통을 새롭게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조선 명품 되살리기 프로젝트

'크래프트 12'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현대 디자이너와 전통 공예 장인들의 협업으로 이뤄집니다. 통영 12공방을 되살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2008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09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와 이탈리아 밀란 가구 페어에서 대중들에게 공개되었습니다. '크래프트 12'는 프로젝트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통영 전통 공예를 현대화한 브랜드의 이름입니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명품의 아름다움은 이미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 명품을 갖기 위해 비싼 값을 치르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런 사고나 행동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눈과 마음을 여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합니다. 우리 옛 것의 아름다움을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 하였다면, 그래서 '전통이란 으레 고리타분하고 침침한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품고 있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아름다움은 사실, 학습되는 것이니까요.

이 책은 통영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시작합니다. 통영다움이란 무엇인가, 통영의 전통 공예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다른 지방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를 먼저 말합니다. 그리고 이 고장에서 예술가로 자라났고 자신의 예술로 다시 이 고장을 표현하는 예술가들을 만납니다. '크래프트 12' 프로젝트가 어떻게 비롯되어 펼쳐지는지,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일한 디자이너와 장인은 누구인지도 소개합니다.

통영에서 시작한 이 책이 통영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분명 통영이라는 도시와 그 고장의 전통 공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통영은 우리가 잊어가는 전통 공예 전체에 대한 작은 상징인지도 모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전통을 어떤 방식으로 고민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많은 이들이 뜻과 마음을 모았으면 합니다. 좀 더 많은 이들의 삶 속에 안목 있는 호사가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담당자
문화예술과 문화재관리팀 (☎ 055-650-4522)
만족도 조사

페이지의 내용이나 사용편의성에 만족하시나요?

평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