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차린상, 우도 강남연씨가 베푸는 맛의 향연

바다로 차린 상, 오직 우도에만 있는 맛!

우도 강남연씨가 베푸는 맛의 향연

오직 우도에만 있는 맛

따개비 밥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거북손 무침은? 멍게찜은? 해초 비빔밥은?

먹기는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이가 우도에 있다.

내가 말하는 그 보물단지, 강남연 씨다. '송도 민박 낚시'라는 간판을 인 그의 집엘 들어설 때마다 내가 설레는 까닭도 오늘은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침부터 고이기 때문이다. 혼자만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송도민박에 모신 손님만 15 명이 넘는데, 그 솜씨에 반하지 않은 이가 없다.

그러니깐 나는 멋보 다는 맛에 반해 우도를 찾는 것이다.

처음 반한 맛은 따개비밥이다. 통영에 온 지 1주일도 안 되어 푸른 통영21과 한산신문의 섬 탐방 프로그램에 끼여 간 그곳에서 따개비 밥이라는 걸 태어나 처음 봤다. 오돌돌돌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러곤 통영 시내에도 이렇게 내놓은 식당이 있으려니 했건만 이 메뉴는 오롯이 강남연만의 것이다.

"스쿠버 하는 손님들이 홍합을 따주면 굴밥대신 홍합밥을 내놓았더니 그 맛이 부드럽다며 좋아라쿠대. 또 새로운 게 없을까 하다가 따개비밥을 생각하게 됐다. 홍합이나 굴보다는 딱딱하지만 바다내음이 물씬나는 게 향이 좋아 손님상에 올려봤지."

그랬던 게 손님이 몰리는 주말이면 따개비가 모자라 못내놓을 정도로 인기 메뉴가 되었다.

나 역시도 따개비밥이 되느냐고 물었다가 안된다는 답을 들으면 슬쩍 섭섭해질 정도다.

강남연 씨가 틈만 나면 따개비를 따러 바다로 나서는 것도 이런 섭섭함을 줄여보고자하는 마음에서다.

  • 따개비나 톳나물 캐는 모습

    ▲ 따개비나 톳나물 캐는 모습

  • 따개비

    ▲ 따개비

  • 군소

    ▲ 군소


뽈래기 미끼가 밥상에 오르다

따개비밥을 내놓게 된 사연을 되짚어가면 진주 출신의 그가 섬에 와 겪은 애환과 마주하게 된다.

7년 전, 시아버지의 암 투병을 수발하느라 남편 김강춘 씨와 함께 아예 우도에 들어온 그는 외로움과 먼저 싸워야했다. 통영에 두고 온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바닷일이라곤 해본 적이 없어 모든 게 서툴기만 한 그에게 투박하기 이를 데 없다는 '토영남자'인 남편은 역정부터 내었다.

마을이라고 해봐야 노인들만 있는 그 섬에서 갑갑한 사연을 털어 놓을 데는 바다밖에 없었다.

낚싯대를 매고 바닷가에 나섰지만 갯지렁이도 무서워 못만지는 그가 아니던가. 새우 미끼가 떨어지면 낚시마저도 접어야 하는 그에게 따개비를 미끼로 쓰면 뽈래기가 잘 문다는 시아버지의 반가운 조언이 건너왔다.

그렇게 맺어진 따개비와의 인연. 낚시마저도 지루하면 아예 따개비를 잡는 데에 골몰했고, 이내 그걸 밥에 넣어 먹게된 것이다.

까시리와 톳나물과 미역을 비벼먹는 해초 비빔밥은 물때를 익힌 다음에야 만들 수 있었다.

파도도 맞을 줄 모르는 육지 촌것이 아무때고 바다에 나간다고 구박도 많이 받았지만 한 물, 두 물, 여섯 물, 여 물... 물 빠지는 것을 깨우친 뒤에는 그녀의 손에 잡히는 모든 게 요리로 둔갑했다.

따개비와 거북손은 한두 물에도 흔하고, 물때에 따라 파래와 김, 까시리와 톳나물, 미역과 우뭇가사리 순으로 재료가 달라져갔다.

"해초 비빔밥이나 멍게 전, 찜, 거북손 무침 등 뭍에서는 안해먹는 걸 내놓으니깐 손님들 반응이 좋더라. 그 바람에 덩달아 신이 나 또 새로운 게 없을까 궁리를 하는 거지."

남들이 안 만드는 걸 만드는 게 솜씨의 전부는 아니다. 고향 선배 두 분은 그가 담은 호래기 젓갈과 멍게 젓에 흠뻑 빠져 친정 온 새색시처럼 좀 싸달라 조르기까지 했다. 사정인즉, 요즘 젓갈은 빨리 발효시키려 해서 그러는지 짜기가 십상인데, 그가 담은 젓갈은 짜지 않으면서도 젓 갈향이 제대로 난다는 것이다. 55세의 선배는 35년 전 어머님이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라고 극찬이다. 일행과 함께 다음날 시내에 나와 유명 식당에 들러 호래젓갈을 먹어보니 그 차이를 더욱 알겠다.

싱싱한 바다가 맛의 원천이라고 여긴 강남연 씨는 밭에도 욕심을 냈다. 상추, 깻잎, 마늘, 양파 등 회를 먹을 때 같이 먹는 채소들을 직접 심어 키웠고, 상에는 방아나 두릅, 머구 등 산나물을 곁들여 내놓는다. 모두 약을 안 쓴, 말 그대로 '웰빙푸드'다.

  • 따개비와 거북손무침

    ▲ 따개비와 거북손무침

  • 아지(전갱이)구이

    ▲ 아지(전갱이)구이

  • 따개비빔밥

    ▲ 따개비빔밥


우도 파수꾼, 등을 내밀다

지금이야 아이들도 같이 있고, 남편도 많이 다감해져 설거지까지 돕는다. 씨 뿌린 밭에 파아란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자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여자가 울면 재수없다고 할까봐 바람 부는 소리에 맞춰 목을 놓았다 잠갔다하며 울었던 시절, 뭍으로 도망 나오려고 보따리를 싸는데 시어머니가 나도 데려가 달라고 해 또 그만 주저앉았던 시절도 이제는 술안주 삼아 꺼내는 이야기가 됐다.

그래도 몸만큼은 여전히 바쁘다. 손님 맞아 찬거리 따러가고 밥 상 차리고 까시리김, 파래김, 미역 말려 내다 팔고 밭 일구는 것만도 버거운데 그와 그의 남편이 맡은 역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동네 파수꾼이다.

통영서 여객선에 실려 보낸 우도 주민들 생필품을 김강춘 씨가 연화도에서 우도로 옮기면 강남연 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그것을 집집마다 배달해 준다. 주민들이 거의 독거노인들이니 며칠을 아니 보이면 별고가 없나 문안을 가보는 것도 이들 부부의 일이다. '밥 좀 주라' 희미한 목소리로 애걸을 하거나 가쁜 호흡으로 앓고 있는 노인들을 마주하게 되면 눈물 떨굴 틈도 없이 냅다 들춰 업고 연화도로 내달린다. 하도 업혀서 아들 등은 마다하고 김강춘 씨 등만 고집하는 어르신이 있을 정도다.

"등이야 얼마든 내놓을 수 있지만 그렇게 나가셨다 못 돌아오시면 서운해서 며칠을 잠을 못 잔다"는 김강춘 씨의 말에는 물기가 흠뻑 젖어 있다.


잘 익은 젖갈처럼 마음을 나누다

2주 전에는 통영에서 시장을 보고 돌아가는 강남연 씨와 한 배를 타게 되었다. 식용유나 생수, 커피, 밀가루, 과일, 두부 등 자급이 안되는 물품들로 가득한 박스들 틈에 갈치젓이 보이는데 그 양이 두고두고 먹을 모양인가 짐작케 했다. 하지만 그것을 비닐팩에 옮겨 담더니 마을회관에 들렀던 노인들 가시는 길에 일일이 쥐어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주는 이도 받는 이도 격의가 없고 고맙다는 인사마저도 생략된다.

"시장에 다녀올라치면 눈에 밟히는 걸 우짜노. 갈라묵고 살아야지, 내가 젊고 많이 버니까 모시는 데까진 모셔야지."

그의 집 마루는 참 빨리도 닳게 생겼다. 육지 손님이 없는 날에도 밥상을 몇 번이나 차리는 지 알 수가 없을만큼 이웃 어른들의 발길이 잦다. 젊은 것들이 와서 온갖 것을 다 차지한다고 시샘하고 텃세도 부리던 그 어른들이다. 밥뿐인가, 어른들의 뽀글 머리도 다 그의 솜씨다. 시어머니 되시는 분께" 며느리 참 잘 얻으셨네요" 슬쩍 여쭸더니 "내가 자식복은 몰라도 며느리 복은 엄청 많지" 하시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어쩌지를 못하신다. 연화도에 나와 여객선을 기다리며 어르신들이 하는 이야길 훔쳐 들어도 마찬가지다. 우도에 진주서 온 보물단지가 하나 앉았노라 하신다.

자, 이제부턴 강남연표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침을 닦으시라.

  • 멍게찜

    ▲ 멍게찜

  • 오징어무침

    ▲ 오징어무침

  • 멍게와 호래기

    ▲ 멍게와 호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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