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매력을 보고, 즐기다.
통영의 매력을 보고, 즐기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통영엔 참 공원이 많다.통영을 대표할 만한 남망산공원, 석양이 숨막히는 달아공원, 이순신 장군의 혼이 서린 망일봉 이순신공원, 암벽타기와 풋살경기장까지 갖춘 시민 휴게공간인 미수동 해양공원, 바닷가 산책하기 좋은 무전동 시민공원, 따로 이름은 없지만 동사무소 앞이나 길가 한켠에 자리잡은 수많은 미니공원들... 공원은 도시의 허파와도 같은 곳인 즉 공원이 많다는 것은 도시의 '호흡기'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이다. 졸업앨범엔 분명히 있는데 학창시절 그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같은 반을 했던가 말았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동창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원이 있으니 통영 초입 원문고개에 자리한 원문공원이 그 곳이다. 존재감이 적다고 이 공원이 지니고 있는 의미조차 가벼운 것은 아니다.원문고개가 어떤 곳인가? '토영사람들'에게는 출향의 시작점임과 동시에 귀향의 종점이다.대처로 공부하러 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통영엔 참 공원이 많다.
통영을 대표할 만한 남망산공원, 석양이 숨막히는 달아공원, 이순신 장군의 혼이 서린 망일봉 이순신공원, 암벽타기와 풋살경기장까지 갖춘 시민 휴게공간인 미수동 해양공원, 바닷가 산책하기 좋은 무전동 시민공원, 따로 이름은 없지만 동사무소 앞이나 길가 한켠에 자리잡은 수많은 미니공원들...
공원은 도시의 허파와도 같은 곳인 즉 공원이 많다는 것은 도시의 '호흡기'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이다.
졸업앨범엔 분명히 있는데 학창시절 그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같은 반을 했던가 말았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동창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원이 있으니 통영 초입 원문고개에 자리한 원문공원이 그 곳이다.
존재감이 적다고 이 공원이 지니고 있는 의미조차 가벼운 것은 아니다.
원문고개가 어떤 곳인가?
'토영사람들'에게는 출향의 시작점임과 동시에 귀향의 종점이다.
대처로 공부하러 가며, 일을 찾아 떠나며, 출가를 하며 '원문고개를 넘었다 = 통영을 떠났다' 라고 인식을 하는 것은 어쩌면 삼도수군 통제영이 주둔하던 시절, 여기에 원문(轅門 : 진영의 문이란 뜻)이 있어 토영땅의 심적 경계가 그때부터 각인된 것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리고 나갔던 사람이 들어오기 위해선 반드시 이 원문고개를 통과해야만 했으므로 여기에 이르면 비로소 그 때부터 숨쉬는 공기와 바람이 내 고향의 것이요, 바라보는 물빛이 내 마음속 그것이었다.
삼도수군 통제영의 첫 관문으로서 이곳 원문에는 숙종대의 공진루, 정조대의 원문창(군수물자 비축창)이 있어 그 전략적 중요성이 이미 입증되었는데, 1950년 한국동란 때 역시 이곳은 북한군과 남한군이 전쟁의 승패를 놓고 결전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6.25 동란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북한군은 진동지역에서 남한군 해병대의 부산 최후 방어선을 뚫지 못하자 우회로인 통영을 점령하고 거제도에 상륙하여 군포 사정거리안에 있는 마산, 진해, 부산 일원을 점령하겠다는 작전을 세운다.
임시수도가 있던 부산의 서쪽 방어선인 통영이 점령되자 해군함정 7척과 목선 20여척을 동원하여 한국군 최초의 단독 상륙작전이 감행된 것이 1950년 8월 17일 18:00시, 해병대의 목숨을 건 2일간의 백병전 끝에 통영을 탈환하고, 전략적 요충지인 원문고개를 돌파하려는 적의 집요한 공격을 격퇴하고 마침내 당시 종군기자들로부터 '귀신잡는 해병'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부산 서측방 방어에 성공한다.
정부에서는 그날의 전승을 기념하여 1980년 이곳을 통영지구 전적지로 지정, 기념비를 세우니 사진에 보이는 저 기념비이다.
625 전쟁의 전세를 한번에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의 서막과도 같은 이 작전은 속수무책 후퇴하며 바다와 맞닿은 부산까지 밀리다 죽음의 벼랑 끝에서 국토수복의 희망을 건진 대한민국 해병대의 빛나는 전승이었다.
350여 년 전, 이순신과 그의 부하들이 마지막 남은 국토의 한자락 전라도를 지키기 위해 이 곳 통영앞바다, 한산해전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장면이 너무나 똑같이 겹쳐지는 것은 “토영땅”이 지닌 숙명일까?
광활한 대륙을 동경하며 대륙에서 싹 틔운 정신문명을 신주처럼 받들던 우리 선조들에게 갯가 마을은 버려진 땅이며 이등국민이 사는 이등의 영토였다. 그러나 국가가 국가로서의 체모를 잃고 그 숨통이 절명하기 직전까지 몰렸을 때마다 ‘이등영토’에 사는 ‘이등국민’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조국을 구명하는 일에 바쳤으니 한산대첩에서 죽은, 원문상륙작전에서 죽은 이들을 누가 이등국민이라 할 것인가?
죽음의 절망 끝에서 삶의 희망줄을 찾은 이 두 역사적 사건의 진원지 통영은 국토의 끝, 즉 바다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21세기 해양시대’의 패러다임이 이미 수 백년 전부터 그러했어야 했다고 소리치고 있다.
원문공원 가장 안쪽에는 국가를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던진 장병들의 진혼을 위한 충혼탑이 자리잡고 있으며, 일찍이 이 고장 출신 시인 초정 선생이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비문을 남겼다.
한 인간의 목숨,
더구나 영겁토록 오직 한 번 뿐인 한 인간의 목숨,
그것은 우주를 주고도 바꿀 수 없다.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목숨을 어찌 나 아닌 남을 위해 초개같이 버릴 수 있었을까?
이는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만이 가능했던 일이다.
본디 죽음이란 늙고 병들어도 감당키 어렵거든,
하물며 젊고 창창하던 나이에 그것을 흔연히 수용하다니, 참으로 장하고 갸륵한 일이다.
오호 이름하여 충성스런 혼령이여!
이제 살아남은 우리들은 무엇으로 그대들을 위로하랴.
언제나 그리운 향리, 이 원문 동산에 탑 하나 세우노니,
철 따라 예 와서 넋이나마 쉬어가라.
1992년 6월 6일 글 : 초정 김상옥
끈질기게 달라붙던 늦더위가 잠시 주춤하던 차에 찾아간 원문공원은 싱그러웠다.
통영을 오가면 누구나 어김없이 그 앞을 지나치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곳.
불과 60여 년전 이 땅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수많은 영혼이 잠들어 있는 곳.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 잘 가지지 않는 곳이기에 언제 가더라도 조용히 혼자만의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가 있는 곳.
희망을 찾는 이,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여' 원문공원 가 볼일이다.
보너스루다가 삼일운동 기념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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