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헤맸다. 예전에 분명 지나가면서 본 기억이 나건만 풍화일주도로의 굽이치는 길들이 이번엔 왜 이리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지… 그나마 인적도 드물어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눈에 띄는 민가에 무작정 들어가 찾는 곳을 얘기하니 ‘저리로 쭈~~욱 가모 된다’ 라는 서울서 김서방 찾기식 대답. ㅜ.ㅜ;;; 여하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던 끝에 ‘김서방’을 드디어 찾았다.
일부러 그러진 않았겠지만 길 한쪽에 숨기듯 세워놓은 낚시터 표지. 이 놈 찾으러 이 근방을 빙빙 돌았다.
덕분에 일주도로 구석구석에는 여전히 눈여겨볼 만한 그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해란마을은 풍화일주도로의 서편에 위치한 외진 마을인데, 해안의 지세가 마치 게가 집게 발을 벌려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포구라 하여 「게섬개」라는 토박이 지명으로 불리는 것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 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말 지명이 한자지명으로 바뀌면서 그 원래의 뜻을 무시하고 음차표기한 것이 워낙 많기에 해란 또한 그 지명유래를 100% 맹신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해란낚시터 입구. 저 앞에 보이는 섬이 아마도 게섬인듯…
낚시터라고는 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유료낚시터라곤 할 수 없고 가두리 양식장이다. 다만 고기를 사고자 할 때 양식장에서 제공하는 낚싯대와 미끼를 이용하여 낚아올린 고기의 무게만큼 돈을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고기를 사는 방법을 통해 구매자에게 재미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여늬 양식장과는 다르고, 또 현장에서 회로 썰어 바로 먹을 수 있기에 놀이와 식사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양식장 안에 설치된 낚시터에는 허술해(?)보이는 대나무낚싯대가 있고, 이걸로 새우미끼 달아 원하는 만큼 잡으면 된다. 그런데 양식장 낚시란게 넣었다하면 ‘굶주린’ 고기들이 착착 알아서 물어주니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다. 낚시솜씨가 대나무낚싯대 만큼이나 허술해도 ‘원샷 원킬’ 척척 잘 낚인다. 어종은 참돔이 대부분이다.
양식장의 장재석대표는 오신 손님들이 ‘별거 아닌 것’에 매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정식으로 유료낚시터처럼 만들고 양식장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도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날렵해 보이는 낚싯배도 한 척 가지고 있어 주변 관광을 겸한 갯바위 낚시도 나간다한다.
양식장 내에 손님을 위한 탁구대, 미니골프연습장, 노래방 기계까지 갖추고 무료로 서비스 한다하니 일반적인 양식장은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괜찮다는 것을 굳이 회 한 점 하고 가라시는 권유 탓에 한동안을 앉았으려니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며 기대하지 않았던 평화로운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재수가… ^^통영 주변의 바다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병풍처럼 둘러쳐진 섬들과 그 안바다에 꼭 하나쯤은 있는 작은 섬들이 만들어내는 경치는 평화로움 그 자체이고, 석양빛으로 물들기까지 하면 그림이 따로 없다. 잠시 같이 감상…
관광객의 발길이 잘 미치지 않는 곳에 위치한 탓에 찾기가 쉽진 않지만 마음먹고 찾아간다면야 못 갈 일도 없고, 가기만 하면 뜻밖의 재미들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 충분히 그 수고로움을 감내할 만하다. 시장에 가도 싱싱한 활어들 많겠지만 풍화일주도로 드라이브 삼아 (특히 아이들이 있다면) 낚은 고기로 회를 먹어볼 수 있는 이런 독특한 양식장을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ㅇ 찾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