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항으로 입항하는 여객선에서 바라 본 통영운하와 공주섬의 일몰
여행은 채우기 위해 떠날 수도 있고, 비우기 위해 떠날 수도 있다. 무엇인가를 비워야 할 때 통영지기가 주로 취하는 방법은 내면과의 대화 또는 자연과의 대화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통영은 비우기 위한 여행을 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훌륭하지만… ^^)
흔히 일출은 하루의 시작으로, 일몰은 하루의 마감으로 인식되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에 따라 생각하기 나름이라 하루의 번잡함을 해가 짐과 함께 모두 비워내고 다가올 내일을 담을 공간을 마련하는 시간부터가 이미 하루의 시작일 수도 있다.
설과 정월대보름을 지내고 한 해를 새롭게 준비하던 옛 전통사회를 생각하며 ‘하루의 시작’인 일몰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몰명소’라고 했지만 지극히 개인적 관점임을 미리 밝히며, 비우고자 통영을 여행하는 이라면 통영의 구석구석에 이렇듯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장소가 많음에 감사하며 시 한 수와 함께 맘에 드는 곳을 골라 보시길…
日沒(일몰)
곽 원 옥
옛 정취 굽이도는 노란 들 길 4월의 신부 수줍은 야생화 찾아 날아드는 나비와 새들의 찬가
松林 사잇길 솔 잎 그림자에도 푸르름 가득한데 짜디 짠 바다 내음 그리움 차 오르는 속살의 언어
그 누구의 그리움 하 깊어 섬이 되었나 그 누구의 그리움 하 높아 섬이 솟았나
바닷가 모래위 쌓인 조개비 잃어버린 파도의 꿈따라 조을 때 노을 빛에 물들어가는 작은 섬바닷 갈매기 나래 접고
밤을 찾아 돌아오는 고깃배 고동 소리 들려올 때 저 멀리 수평선에 가라앉는 마음 日沒과 함께 붉게 물들어간다.
달아공원. 명실상부한 통영의 최고 일몰명소. 너무 유명세를 타서 주말이나 연휴 등에는 일몰 전후 30분 정도 주변 도로가 온통 주차장으로 변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의 북적임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는 없다. 주중이라면 문제없을 듯…
남망산공원. 시내 한 가운데라 부담없이 갈 수 있고, 일몰 후에도 연이어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지고, 밤에 내려와도 바로 다운타운으로 연결되는 등 여행의 연결성이 좋아 일부러 찾아가지 않고 일정 중에 자연스럽게 넣을 수 있다. 오후 햇살이 운하에 반짝이는 모습도 추천.
수산과학관 아랫길(척포마을). 수산과학관에서의 일몰도 좋지만 그 아래 해안로는 척포라고하는 조용한 어촌마을로 이어지는 평화로운 길이고, 길가에서도 낚시가 잘되기에 거의 언제나 낚시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조용하고 오롯하게 ‘나만의 일몰’을 즐기고자 할 때 가 볼만 한 곳.
갈목. 시원하게 뚫린 평인일주로 4차선 구간(임에도 차는 별로 없음.)에서 느긋하게 내려보는 바다가 일품인 곳. 도로 아랫마을인 국치, 민양(현지에선 민점, 민짐으로 불린다.)마을은 전체가 굴양식을 하기에 바다 곳곳에 오와 열을 맞춘 양식용 부의의 행렬을 볼 수 있다.
국치. 통영의 서쪽 끝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곳인데, ‘해지는 마을, 국치’란 글로 일전에 소개한 바 있는 장소다. 바닷가 해안을 따라 난 길을 굽이굽이 돌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다른 장면이 나타나는 변주곡이 멋진 곳이다. 지극히 조용하고, 조개껍데기 말라가는 냄새가 항상 난다.
연기. 통영의 동쪽 끝. 미역, 톳 등 최강의 품질을 자랑하는 해초가 많이 나는 마을로 바로 코앞의 해간도로 이어지는 연륙교가 최근 개통되어 다리 위에서 수로 같은 앞바다의 황금빛 노을이 멋진 곳이다.
욕지도 서쪽마을 도동과 유동. 두 마을 공히 옴폭 들어앉은 포구마을로 바로 앞에 몽돌해변이 있고 잔잔하고 평화로운 바다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곳이다. 특히 유동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어촌마을 100선에 선정된 마을이기도 하다. 마을에서 민박집 잡고 해지는 모습만 보아도 여행의 ‘보람’이 느껴지는 곳.
추봉도. 한산도 남쪽 진두마을과 추봉도를 잇는 추봉교가 있어 한층 접근하기 쉬워졌다. 추봉교 중간에 서면 한산도와 추봉도 사이의 물길 가운데서 지는 해를 정면으로 받을 수 있고, 그 해가 만들어 내는 물위의 금빛 일렁임은 황홀함마저 들게 한다.
ㅇ 찾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