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망산 수향정.
남망산은 해발 84m의 동네 앞산정도 되는 작은 산이지만 남망산은 마치 석류처럼 수많은 알갱이를 품고 있는 속이 꽉 찬 산이다. 산책삼아 걷는다면 불과 20~30분 정도면 한바퀴를 돌 수 있지만 석류알 한알 한알을 음미하듯 돌면 2시간은 충분히 걸릴만큼 아기자기 재미가 많다.또한 강구안, 중앙시장, 통피랑 벽화마을, 청마문학관, 이순신 공원 등과도 가까워 어느 곳이라도 걸어서 갈 수 있는 정도라 뚜벅이 여행자라면 공원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쉴 겸해서 들르기 좋다.그래서 찬찬히 걸으며 살펴볼만한 것들을 동선에 따라 소개해볼까 한다.
남망산 초입의 까꾸막(오르막). 겨울에 혹 눈이라도 왔다치면 횡재를 만난 듯 아이들이 비로푸대(비료포대) 들고나와 눈썰매를 신나게 타던 곳이다. 지금이야 눈이 와도 위험하다고 누가 타랴마는 통영을 고향으로 둔 중년 이상의 사람이라면 유년기의 즐거운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까꾸막이 이 곳이다.
남망산 곳곳에 설치된 조각들은 세계 유명 조각가 16인이 통영에 직접 방문하여 현장을 본 뒤 설치한 작품들로 조각들을 찾아 걷다보면 자연스레 오솔길도 만나고 그늘의 쉼터도 만나며 통영앞바다의 멋진 경치를 더불어 즐길 수 있다.
은유-출항지, 심문섭(한국)
망산, 대니 카라반(이스라엘)
시민문화회관. 통영국제음악제의 주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리는 문화공간. 야간에는 건물에 조명을 하여 남망산과 강구안 일대의 야경에 한 몫을 한다.
시민문화회관 앞에서 바라본 강구안과 통영운하 전경. 아침에는 부지런히 항구를 오가는 배들의 모습이, 늦은 오후에는 햇빛을 온몸으로 반사하는 잔잔한 물결이, 밤에는 해안선을 따라 수놓아지는 조명들이 있어 언제가도 기분 좋은 곳.
청마 유치환 시비. 시민문화회관을 지나서 오르막이 시작되는 바로 우측에 있는 이 비는 색깔이며 모양이 아주 재미있는 돌에 ‘깃발’을 새겨두고 있다. 글짓기대회, 사생대회 등의 단골 무대였던 남망산공원에서 통영을 그리고 통영을 이야기하던 아이들은 청마 선생의 이 시에서 영감을 얻었을까? 문화적 저력의 근원이 삼도수군통제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통영땅에는 유독 유명 예술인들이 많이 났고, 지금도 전업 작가는 아니지만 수필과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하는 ‘재야의 실력자’들이 많은 곳이다. 그것은 남망산 일대 뿐만이 아니라 통영어디를 가더라도 수려한 자연의 경관과 보석처럼 빛나는 물빛들을 보고 자란 이곳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체화된 아름다움을 글로, 그림으로, 선율로 표현하는 것이리라.
초정 김상옥 시비(2007년).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곡을 붙였던 ‘봉선화’가 김상옥 선생의 육필 붓글씨로 새겨져 있다.
조선시대 때 한산무과의 시험장이었던 열무정(烈武亭). 지금도 동호회가 있어 수시로 활을 쏘고 있고, 한산대첩축제 때 전국국궁대회 장소이기도 하다. 열무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통영지기의 통영재발견-남망산 열무정 편을 참조.
수향정에 올라 바라본 한산도 앞바다와 공주섬(拱珠島).한산도 앞바다의 한산대첩 얘기는 여기선 각설하고, 공주섬의 전설을 소개할까 한다.
옛날, 어느 이른 아침에 어느 여인이 가죽고랑(명정골에서 서호만으로 흐르던 옛 개천으로 통영말로 ‘까직꼬량’)에서 서답(빨래)을 하고 있었는데, 바다 안개 속으로 작은 섬 하나가 둥둥 떠오고 있는 것이었다.깜짝 놀란 그녀는 서답 방망이를 손에 든 채 성을 가리키며 “옴마야, 저, 저게 섬이 하나 떠 밀리 온다” (어머나, 저기 섬 하나가 파도에 떠 밀려 온다) 하고 엉겹결에 소리치자 섬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이런 일이 있은 후 동네 어른들은 만약 이 공주섬이 조금 더 해안 가까이에 멈추어 섰더라면 이곳 통영은 더욱 부자마을이 됐을 것이라며 방정맞은 계집으로 인해 부정을 타서 섬이 그 자리에 멈춘 것으로 여겨 못내 아쉬워 했다고 한다.(출처 : 통영시지)
남망산 꼭대기의 이순신 장군 동.
6.25전쟁 중이던 1953년 통영시민들의 작은 정성들이 모여 새워진 것으로, 민간에서 조성한 국내 최초의 이순신 장군상이다. 이순신장군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남해안 일대에 어디 있겠냐마는 통영 사람들에게 이순신장군은 저 손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성웅’이 아니라 살신성인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어버이 같은 존재였고, 그런 그에게 목숨까지 바쳐 충성할 수 있는 믿음직한 ‘대장’이었다.
노산 이은상이 글을 지은 한산대첩기념비 / 한산도가 시비.
수향정 오르는 계단 우측으로 남망산의 동쪽을 휘감는 아늑한 산책길. 비교적 사람들의 발길이 적고 숲이 무성하여 여름에도 시원한 느낌이 들고 동호항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조용한 숲길이다.어디를 막론하고 공원엔 꼭 ‘으슥한’ 곳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공공장소에서도 대놓고 ‘애정질’을 해대는 세대는 잘 이해되지 않겠지만 ‘남정네에게 손목 한번 잡힌 사연’으로 결혼까지 하곤 했던 시절을 살아온 세대에게 공원의 으슥한 한켠은 손한번 잡는 그 콩닥거림과 설레임을 오롯이 둘만의 것으로 느낄 수 있는 고마운 장소였다. 이 산책로가 그 때 그런 곳이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할 남망산의 매력은 왠지 걸어가 보고 싶은 오솔길들이다. 앞서 말했듯 남망산은 그리 크지 않은 산이라 큰 길을 걷다 이런 작은 길을 만나 그 끝이 궁금하다면 그냥 걸어가 볼일이다. 그래봐야 멀리 안가니까... 바로 옆으로 줄지어 서있는 나무 냄새도 맡고, 혼자라면 그들에게 말도 걸어보고...(응?)
ㅇ 찾아가는 길거북선이 있는 강구안 바로 옆이고 통영의 중심부라 심봉사도 찾는다. ^^